[책으로 세계읽기]‘슈퍼파워’ 중국과 사는 법

 

▲ 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옌쉐퉁 지음·고상희 옮김 | 글항아리

“10년 뒤, 즉 2023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조달러에 달하지만, 중국의 GDP는 20조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중국은 군사력이나 문화를 포함한 종합 국력에서는 미국을 따를 수는 없겠지만, 미국과 동급의 초강대국으로 양극 구도를 이룰 것이다. 일본은 경제력이 중국의 3분의 1 아래로 축소돼 어쩔 수 없이 미·중간 균형을 꾀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브릭스는 2023년까지 존속할 수 없을 것이며 러시아는 더 이상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만으로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중국이 없으면 안될 것이다.”

 

 

 

 

옌쉐퉁 중국 칭화대학 현대국제관계대학원장이 최근 우리말로 나온 책 <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에서 내다본 10년 뒤 국제정세의 단면이다. 원제는 <역사의 관성(歷史的慣性)>이다. 물리학에서의 관성의 법칙처럼 국제 문제는 뜻밖의 변수가 없을 경우 현재대로 움직이려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의 부상이 국제정세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할지를 예측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새로운 국제정세라는 백지 위에 중국이 어떤 글로벌 리더십을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이 모든 예측은 일기예보와 마찬가지로 100% 정확할 수 없다. 옌쉐퉁은 그러나 “정확도가 75%라면 참고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고, 85%라면 이용할 가치가 있는 예측”이라고 말한다. 향후 10년간 자신이 예측한 세계의 흐름을 독자와 함께 검증해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당대 중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의 한 명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그의 예측들은 허투루 넘길 대목이 별로 없다. 책에 따르면 ‘중국의 꿈’은 단순한 부국강병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세계를 이끌어나갈 사상을 들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목표가 읽힌다. 자국과 관계없는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며 실리만을 추구했던 경제적 실용주의를 폐기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하겠다는 말이다. 옌쉐퉁은 이를 왕도정치 또는 도의적 현실주의라고 규정했다.

도의적 현실주의를 학술적으로 설명하면 중국 고대 정치사상의 인(仁)·의(義)·예(禮)를 공평·정의·교양이라는 현대적 의미로 해석해 서구적 가치인 평등·민주·자유보다 한단계 높은 의미를 부여한다. ‘강자는 약자를 어질게 대해야 한다’는 전통관념과 ‘개입(engagement)’이라는 현대적 특징을 동시에 구사해 물리적 힘의 우위에 더해 전략적 위신을 세우겠다는 얘기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동맹관계의 확대를 제시한다. 중국이 향후 10년간 동맹을 맺어야 할 주변국으로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꼽았다.

흥미롭게도 한국 역시 동맹 대상국으로 지목됐다. 저자가 말하는 동맹은 반드시 전쟁을 같이 수행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 서로의 적에 반대한다는 약속인 동시에 상호지지를 하자는 약속이다. 그는 이 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경제적, 정치적 수요가 큰 중국과도 동맹을 맺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중 군사협력관계 확대에 더해 한·중 동맹이 맺어지면 남북 갈등 국면에서 중국이 중립을 취할 것이라는 이점을 강조한다. 국내 일각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통일대박론과 사뭇 달리 책은 10년 뒤 양안 통일은 물론 남북통일도 안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양자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며, 북한은 중국과 여전히 좋은 전략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진호 선임기자 jh@kyunghyang.com>


 

입력 : 2014-02-21 20: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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