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사상·생산력·활력, 시진핑의 ‘세 바퀴 해방’

▲ 시진핑, 개혁을 심화하라…중공중앙문헌연구실 편·성균중국연구소 옮김 |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 180쪽 | 1만5000원

 

 

“사상을 한 걸음 더 해방하고, 사회생산력을 한 걸음 더 해방, 발전시키며, 사회활력을 한 걸음 더 해방, 강화시킨다. 이 ‘세 가지의 한 걸음 더 해방’은 개혁의 목표인 동시에 개혁의 조건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첫 장을 열고 채 10분도 안돼 잘못 잡았다는 열패감이 찾아왔다. 중국 공산당이 18기 3중전회(1978년)에서 제시했다는 ‘세 가지 한 걸음 더 해방정신’이 과연 무엇이기에 21세기 한복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오기도 생겼다. 중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당국가 체제이다. 당이 곧 국가이고, 국가가 곧 당인 체제인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곧 당이지만, 중국 지도자는 당이 선택한 대표라는 점이다. 지도자의 말인 동시에 당의 정신을 모아놓았다면 시쳇말로 ‘앙꼬’가 있을 것이라는 타산이 들었다. 엊그제 한국을 다녀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공당 총서기에 취임한 2012년 11월15일부터 2014년 4월1일까지의 발언과 강연, 지시 등 70여편의 ‘중요문건’을 수록했다고 소개하고 있지 않은가.

체제마다 장단점이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구멍도 많은 제도다. 국부를 중동의 흙먼지 속에 날려버린 조지 W 부시 같은 사람이나, 4대강에 ‘녹조라떼’를 퍼뜨린 이명박 같은 사람도 대통령으로 뽑는 제도다. 하지만 정권마다 길항작용을 통해 제3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국가 체제가 따를 수 없는 장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10년 단위로 지도자를 교체한다. 2012년 대권을 물려받은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을 일성으로 내놓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미국과 함께 ‘신형대국관계’를 표방했다. 하여 시진핑의 중국은 전혀 새로운 브랜드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책은 시진핑의 중국이 낡은 것에서 방향을 잡아 새로운 것을 지향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시진핑은 개혁개방을 채택한 중공당 18기 3중전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재의 난제들을 풀어가자고 끊임없이 재우친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나라에 사는 입장에서는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 “개혁은 3년, 5년을 내다보는 것이 아닌, 20년, 다음 세기의 전반 5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국가목표인 ‘두 개의 100년’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공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를 완성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시진핑은 이를 방해하는 주적으로 반부패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개혁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요구된 것이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심화된다”고도 했다. 거버넌스 시스템과 능력의 현대화, 생태문명의 요구를 담은 목표와 체계 및 평가방법, 상벌기제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 특색 현대 군사력 체계의 구축’ 장에서 “부르면 오고, 오면 싸울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위풍당당한 군”을 주문하는 대목에서는 최근들어 주변에 군사적 근육질을 내보이는 인민해방군이 연상됐다.

일당독재국가의 지도자가 제시하는 개혁의 방법론은 의외로 소통이었다. “인심이 모이면 태산을 옮길 수 있다. 합의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광범위한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혁은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13억 인구와 8200만명의 공산당원, 해외 동포가 모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힘이 된다”고도 했다. ‘자원 배분에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서는 중국이 처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우수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공평정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도 내놓았다. ‘문화체제 개혁의 심화와 사회주의 핵심가치 체계의 강화’ 주제에서는 인터넷 사용자 6억명, 스마트폰 사용자 4억6000만명인 현실을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정당에서 자본가를 포함한 모든 인민의 대중정당으로 변신하려는 중공당의 뇌수가 엿보였다.

<시진핑, 개혁을 심화하라>는 중국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이 지난 5월29일 출간한 책이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3주간의 집단번역으로 내놓았다. 한국 사회는 현장의 ‘발바닥’에서부터 중국을 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머리끝’부터 알아가기 위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하지만 중국 최고위층의 마인드를 읽을 수 있는, 그 자체가 텍스트”라는 것이 번역에 참가한 양갑용 연구교수의 귀띔이다. 광속으로 번역, 출간하느라 해제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김진호 선임기자 jh@kyunghyang.com>


 

입력 : 2014-07-04 20: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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