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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김진호의 세계읽기]안보리 대북제재 뒤 더욱 가파른 기로에 선 한반도

by gino's 2017. 8. 8.

북한이 지난 7월28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로켓을 시험발사하고있다. 북한 정부가 다음날 외신에 배포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안보리 대북 제재 2371호 채택 이후 자신감 내보이는 트럼프 행정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난 5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결의 2371호 채택 이후 한반도 정세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에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낙관주의로 해석될 여지도 엿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한 가운데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결의한 점과 북한 수출의 37%(약 10억달러 상당)를 웃도는 광산물 및 수산물 수출을 통제한 것 등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으로 비친다. ‘중국과의 큰 거래’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안보리 결의 2371호 채택과정에서 보인 중국의 협조가 고무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제재도 체제를 전복하기는 쉽지 않다. 애먼 보통사람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자신감을 자산으로 대북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대북 정책 기조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 가운데 ‘압박’에 무게를 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제재결의가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출발점이 된 형국이다. 

■대북 추가 재재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불완전한 가정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5일 안보리 표결 직후 세가지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북 제재가 ‘전혀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으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추가 대북제재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미국은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같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들’을 계속 취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백악관은 안보리 표결 직후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감사를 표했다”면서 “대통령은 대북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파트너들과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는 6일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서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모든 관련된 (대북제재)결의들을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다짐하는 한편 국제사회에도 완전한 이행을 촉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5일 유엔 안보리에서 류제이 중국 대사 자리로 가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5일 유엔 안보리에서 류제이 중국 대사 자리로 가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갈수록 굳어지는 한반도 문제의 군사화 

한·미 양국은 UFG훈련 준비를 하는 한편으로 군사적 대응 방안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7월4일·28일 대륙
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맞서 지난 2일 ICBM 미니트맨3를 시험발사했다. 올들어 네번째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7월11일·30일 사드 요격실험을 성공시켰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MSNBC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맞선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물론이다. 거기에는 군사적 옵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도 사드 임시배치를 강행하는 한편, 핵추진 잠수함 도입 및 한·미 미사일협정 개정 등을 통해 대북 전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5일자 최근호에서 2019년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를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작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불참함으로써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조우를 일부러 피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아직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미국 입장과 맥이 통한다. 

■북한 공화국 정부성명으로 대미 보복, 핵개발 완수 다짐 

북한도 끝까지 가자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성명’을 내고 안보리 제재 결의를 자신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단호한 대미 보복을 다짐했다. 북한 정부성명은 “우리는 이미 선택한 국가핵무력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국가와 인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배로 결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입장은 추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호 로켓의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을 확인케 한다. 정부성명은 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 “미국과 ‘제제결의’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대가로 미국의 ‘감사’를 받는 나라들도 조선반도정세를 더욱 격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없다”고 비난했다. 일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뒤 ‘쌍중단’과 ‘쌍궤(한반도 비핵화 과정 및 평화체제 구축)병행’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남북대화도 머나먼 미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6일 ARF 만찬장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남측의 군사·적십자 회담 제의를 거부한 데 대해 “남측이 미국과 공조 하에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대북 제안은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답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합훈 일자는 다가오고… 

북핵 대치국면이 길어지면 악재만 늘어날 뿐이다. 매년 3월 키리졸브독수리 훈련과 함께 양대 한·미 합훈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8월 중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미 합훈 기간 중에는 북한과의 모든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열흘 남짓한 훈련기간 동안 북한도 대응 훈련에 나서는 등 한반도는 가상 전쟁(Wargame) 상태에 머문다. 자칫 북한의 6차 핵실험을 포함한 추가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더욱 짙은 안개속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주요 변수다. 양국은 결의안 표결에 찬성하면서도 북한의 도발과 한·미 대규모 합훈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사드배치 중단도 포함된다. 한·미 합훈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사드 배치계획에 변화가 없다면 북한은 물론, 중·러와의 문제해결 기조도 흔들리게 된다. 결의안 2371호에 명시된 북핵 6자회담의 재개가 중국과 러시아의 목표이지만, 미국이 강경일변도 태도를 취한다면 중국의 중재 노력도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의 표현대로 북한과 미국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파국을 향해 가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멀어지는 한반도 평화에의 기대

미국과 북한은 어떠한 대화의도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화주선도 먹히지 않고 있다. 대화가 이뤄진다면 최악의 국면을 피하겠지만, 항구적인 평화에의 기대는 크지 않다. 1990년대 1차 북핵위기를 봉합하고 평화를 모색했던 로버트 갈루치와 윌리엄 페리의 1세대가 가고, 2005년 9·19공동성명을 끌어낸 크리스 힐을 비롯한 대북 협상 2세대도 갔다. 아직 3세대가 등장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백악관에서부터 ‘정치적 의지’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가 온전히 군사문제로 돌변하고 있는 2017년 8월, 한반도 정세가 앞이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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