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굳어지는 한반도 문제의 군사화
북한이 지난 7월28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로켓을 시험발사하고있다. 북한 정부가 다음날 외신에 배포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안보리 대북 제재 2371호 채택 이후 자신감 내보이는 트럼프 행정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난 5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결의 2371호 채택 이후 한반도 정세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에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낙관주의로 해석될 여지도 엿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한 가운데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결의한 점과 북한 수출의 37%(약 10억달러 상당)를 웃도는 광산물 및 수산물 수출을 통제한 것 등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으로 비친다. ‘중국과의 큰 거래’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안보리 결의 2371호 채택과정에서 보인 중국의 협조가 고무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제재도 체제를 전복하기는 쉽지 않다. 애먼 보통사람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자신감을 자산으로 대북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대북 정책 기조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 가운데 ‘압박’에 무게를 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 제재결의가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출발점이 된 형국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작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불참함으로써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조우를 일부러 피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아직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미국 입장과 맥이 통한다.
북한의 입장은 추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호 로켓의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을 확인케 한다. 정부성명은 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 “미국과 ‘제제결의’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대가로 미국의 ‘감사’를 받는 나라들도 조선반도정세를 더욱 격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없다”고 비난했다. 일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뒤 ‘쌍중단’과 ‘쌍궤(한반도 비핵화 과정 및 평화체제 구축)병행’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남북대화도 머나먼 미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6일 ARF 만찬장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남측의 군사·적십자 회담 제의를 거부한 데 대해 “남측이 미국과 공조 하에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대북 제안은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답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주요 변수다. 양국은 결의안 표결에 찬성하면서도 북한의 도발과 한·미 대규모 합훈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사드배치 중단도 포함된다. 한·미 합훈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사드 배치계획에 변화가 없다면 북한은 물론, 중·러와의 문제해결 기조도 흔들리게 된다. 결의안 2371호에 명시된 북핵 6자회담의 재개가 중국과 러시아의 목표이지만, 미국이 강경일변도 태도를 취한다면 중국의 중재 노력도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의 표현대로 북한과 미국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파국을 향해 가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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