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으로 석유를 대체하는 장비를 적재한 북한의 트럭. 노틸러스 연구소
■북한 최대 한해 수요량의 40%까지 줄일수 있다... 민간인 복지에만 피해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한·미·일이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과연 북한을 결정적으로 옥죌 묘안이 될 수있을 것인가. 대북 원유공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만 결심하면 가장 효율적인 제재안이 될 것이라는 것이 한·미·일의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는 5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물론, 북한군의 평시 활동 및 전시 작전능력에도 거의 영항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당국이 석유 방출 통제에 나설 경우 일반 가정의 난방·교통·취사 등 주민 생활과 복지에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노틸러스 연구소는 이날자 ‘대북 원유수입 제재의 영향과 효율’이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연간 총 유류 소비량(원유 85만t 상당) 중 비군사부문의 소비를 40%까지 줄이고, 다양한 대체에너지 조치들을 통해 즉각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북한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무엇보다 북한군이 단기전쟁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 기반한 가정이다.
노틸러스의 분석은 수집 가능한 통계와 발표치 등을 종합한 추적결과다. 하지만 보고서의 공동저자들이 인정하듯이 중국-러시아와 북한 간의 유류거래가 상당부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점을 들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석결과를 놓고 보면 북한을 압박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전면적인 원유 금수가 필요하다. 그 1년 동안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성립될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북한이 난반용 중유는 물론 석유제품의 상당부분을 석탄이나 바이오매스, 전력으로 대체할 능력을 갖추어놓았기 때문에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 중단은 주민복지 부문에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데이비드 폰 하이펠 노틸러스 선임연구원과 피터 헤이스 노틸러스 국장이 공동작성했다.
보고서는 대북 원유금수의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크게 두가지로 꼽았다. 우선 정치, 외교적인 이유다. 보고서는 중·러가 이미 원유금수는 물론 대북 추가 제재를 반대하면서 대화를 촉구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경우 대북 원유를 끊으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북·중 간의 분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 중국이 그나마 북한에 대해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영향력마저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러의 요구대로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는데도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단계적으로 원유공급을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전면 또는 대규모 금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의 경우 북한군은 전체 석유소비량의 31%를 사용했으며 휘발유와 경유가 40%, 석유와 제트연료가 50% 정도였다. 여기에 북한군은 겨울 난방용 석유를 제외하고 최소 1년 치(전시에는 1달 치) 비축석유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금수조치가 취해진다면, 당장 원유 58만5000t 상당의 민수용 에너지 및 원유 51만t 상당의 민수용 소형발전소 용 에너지의 공급을 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 당국이 우선 민간 사업 부문(기업, 시장, 상점 등)의 현장발전용 경유 및 석탄발전소의 착화용 중유 및 일부 중유발전소의 공급량을 각각 50%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용 소형발전기에 필요한 휘발유는 거의 대부분을 차단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광산용 중유 80% 및 트럭용 경우 15%, 승용차용 휘발유 50%, 가정용 프로판가스 50% 정도의 공급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용 및 사엄용 전등의 50%는 석유를 태양광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경유트럭의 경우 상당 부분 바이오매스나 석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북한 당국이 외부의 원유금수 조치에도 어업용이나 농업용 석유제품 공급은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중국에 대해 대북 원유금수를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24일 북한의 나선특구에서 시베리아산 석탄이 중국행 화물선에 적재되고 있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원유금수, 미국 대북정책의 ‘전략적 혼란’만 반영하는 비현실적 방안
이러한 에너지 감축분량은 올해 북한의 석유수요량의 40%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최악의 경우 북한의 한해 원유수입량(50만t)에 가까운 분량의 소비를 줄일 수있다는 가정이다. 중국이 북한의 한해 대북 원유 수출량의 50%(25만t)를 줄인다면 군사활동은 물론,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과거에서 극심한 에너지 부족을 겪었기 때문에 금수조치가 사회적 불안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끝으로 중국에 대북 원유금수를 압박하는 것은 미국이 최소한 대북 관여정책을 채택한다는 확증이 없는 한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라면서 미국 대북정책의 ‘전략적 혼동’을 반영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함께 대북 원유금수를 요구하는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책도 뒤죽박죽이라는 지적은 생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중국 사먼에서 열린 신흥경제5개국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북한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풀을 먹으면서도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틸러스 연구소의 헤이스 국장과 하이펠 선임연구위원은 1999년~2009년 기간 동안 북한의 에너지 실태 보고서를 작성했었으며, 2012년 특별보고서에서 최신 자료들을 보완한 추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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