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9월1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30% 줄이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 제재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사진은 2016년 7월23일 북한 나선경제특구의 정유시설인 승리화학공장 부근에서 농부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어디를 둘러봐도 아무도 해법을 안내놓는 북핵 위기
유엔 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다시 대북 제재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에 나온 1718호 이후 9번째 제재 결의다. 하지만 북핵 위기의 출구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안보리 대북 제재→북한의 핵실험→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북한의 또다른 도발’로 점철된 쳇바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흐릿하다. 압박과 제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케 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미·일의 입장, 정확하게는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핵프로그램 해체(CVID)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허한 외침으로 들린다.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8월5일 대북 제재 2371호 채택 당시와 마찬가지로 ‘최대의 압박’을 강조한 미국에 딴지를 걸었다. 북한에 대한 원유제공 중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미국의 제안을 약화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무엇일까. 겉으로는 한·미 합훈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동결하는 쌍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추진하자는 쌍궤병행안을 주장하면서 즉각적인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화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니키틴 소장은 “북한에 대해 (비현실적인) 핵포기 요구를 즉각 중단할 때가 왔다”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어차피 북한이 핵포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검증가능한 군축(Arms Control)대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한·미의 대북 군사적 압박 역시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재래식 전력을 동원한 보복에 초점이 맞춰진 한국군의 대량응징보복작전(KMPR)은 2020년에나 완비될 것이며, 한국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어 역시 2020년 중반에나 가능한 만큼 대안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2016년 한·미가 가동시킨 확장억지전략협의그룹(EDSCG)는 핵전쟁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지이다. 쌍중단 뒤 기술적, 정치적 타협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 경도된 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없다. 그의 주장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성공하지 못해온 것은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검증가능한 핵레짐’의 내용이다. 니키틴은 이란 핵합의는 ‘핵무기 제로’와 ‘제재 제로’를 교환한 것이기에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에는 적용할 수없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인도 간 핵합의(123합의)에는 참고할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여하지 않은 채 주변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한적으로 감시하는 체제에 만족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서로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재앙’을 맞느니, 기대수준을 획기적으로 낮추라는 주문이다. 므기모(MGIMO)는 여느 교육·연구기관의 하나가 아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포함, 러시아 외교관의 60% 정도가 므기모 출신이다. 니키틴의 제안은 러시아 주류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니키틴의 해법에 대해 “군축협상은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없다는 대전제 역시 아직 시급하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국제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제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니키틴의 주장은 학자의 의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다.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에 아웃소싱하는 미국에 맞서 “북핵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는 중국의 인식이 엿보인다. 해결은 북·미가 알아서 하고 유사시 및 상황 종료 이후에 대한 준비부터 하자는 제안이었다. 미·중은 이미 지난 8월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의 방중을 계기로 한반도 유사시 대화채널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던퍼드 장군은 이례적으로 북·중 국경지역을 관할하는 북방전구지휘부(北方戰區指揮部) 예하부대를 방문하고 팡펑후이(房峰輝)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8월15일 군작전 상황에서 상호 교신의 정례화 및 확대화 합의안에 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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