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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미첼 리스 미국 워싱턴대학 학장(2009, 2010)

by gino's 2012. 2. 23.

리스는 2010년 두번째로 인터뷰를 한 지 1년쯤 지나 매릴랜드주 소재 워싱턴대학 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 미국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후보로 나선 미트 롬니의 선거캠프에 합류해 외교안보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실장을 맡는 등 전형적인 공화당 성향의 보수인사이지만. 합리적인 보수로 꼽힌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법에 대한 그의 견해는 스티븐 보즈워스를 비롯한 민주당 성향 인사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북아일랜드 분쟁 조정에 관여했으며 이에 대한 책도 남겼다.


[오바마 취임1년](3) 대북정책과 북핵의 현주소

워싱턴 | 김진호 특파원
ㆍ“관련국과 협력 인상적, 본격 해결 노력 미흡”
ㆍ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인터뷰

미첼 리스 미국 윌리엄 앤 메리대(W&M) 국제학부 부학장(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1년에 대해 “ ‘전략적 참을성’을 강조하지만 참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아직 본격적인 해결 노력이 경주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스 부학장은 그러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향후 역할에 강한 기대를 걸었다. 지난달 23일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W&M 캠퍼스 내 연구실(호크하우스)에서 그를 만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및 북핵문제의 현주소를 짚었다.

미첼 리스(52)=△메릴랜드주 워싱턴대 27대 총장 내정(올 7월 부임) △W&M 국제학부 부학장 △공화당 미트 롬니 대선후보 국가안보자문위원 △최연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2003~2005),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특사(2003~2007) △한반도에너지기구(KEDO) 부사무총장·고위 정책자문위원(1995~99) △옥스퍼드대 박사(1985·국제관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동아시아 관계국들과의 협의를 확대한 건 인상적이었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보다 아주 잘한 일이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보즈워스 대표,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 성김 6자회담 특사 등이 동아시아를 수없이 방문해 반복적으로 협의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의 비밀주의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 불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오바마는 ‘열린 손’으로 북한에 다가갔지만 북한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사일 및 핵실험으로 답했다. 마더 테레사라 해도 북한을 돌리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은 아마 핵 관련 몇가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대남 및 대미관계를 악화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했다. 북한의 행동에 대해 미국이나 남한 대통령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보즈워스의 방북 이후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여부가 관심을 끌었지만, 북한의 선(先) 평화회담 제안으로 상황이 꼬여가는 것 같다.

“평화협정을 먼저 하는 건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국내 여론에서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에 양보하는 걸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돌려받을 게 무엇인지, 또 돌려받을지 불분명하다는 거다. 북한이 실제로 평화회담을 하고 싶어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보즈워스와 내가 한반도에너지기구(KEDO)에서 배운 건 ‘약간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뭘 원한다면 ‘왜 원할까, 그걸 들어줬을 때 그 결과는 뭘까’ 하는 생각 말이다. 북한의 행동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걸 그들에게 직접 묻고 확인해야 한다. 이런 농담이 있었다. 북한 사람들이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한다면, 일단 정말 아침인지 시계를 들여다본 뒤 그들에게 왜 좋은지 물어보라고. 무조건 불신해서가 아니다. 북한 체제 탓이다. 최고위선으로 올라가기 전에는 무언가 결정을 끌어내기 어려운 체제다. 그들은 참을성이 많고, 조심스럽다. 우리 역시 최소한 그들만큼 참을성과 조심성을 가져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북한에 대해 ‘전략적 참을성’을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다.

“참는 게 전략이 되려면 외교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 능력을 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오바마 행정부 내 일부는 포괄적 접근을 생각했지만 결국 핵문제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인권문제를 덜 다루면서 핵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다. 포괄적 접근은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핵문제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단계별로 나누어 보상했던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을 회담으로 불러오기 위해 단계마다 뇌물을 준 건 부시 2기 행정부의 큰 실수였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가 그랬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해제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한 게 문제다. 포괄적 접근을 하더라도 북한에 보상을 한다면 힐이 했던 것과 정확하게 같은 방식이 된다. 협상 테이블 반대쪽에 북한이 앉아 있다. 우리편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같이해야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개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핵폐기가 아니라 북한의 추가 핵능력을 억제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세이모어는 또 북한이 핵무기를 판매 또는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시리아에 핵시설을 수출한 이후 문제점이 드러난 발상이다. 나는 이런 접근을 온실가스 대책에 빗대서 ‘제한과 거래(Cap and Trade)’라고 부른다. 북한의 핵능력을 제한(cap)하고 경제적 보상을 거래(trade)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보즈워스는 북한의 핵포기가 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과연 누가 대북정책의 책임자인가.

“보즈워스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나 캠벨 차관보, 제임스 베이더 NSC 선임보좌관은 모두 함께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보즈워스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그가 누리고 있는 지위 때문이다. 베이더는 주로 중국문제에 대해 말한다. 스타인버그는 여러 현안을 맡고 있다. 캠벨은 일본 문제만으로도 여유가 없다. 보즈워스는 다른 당국자들보다 더 낙관적일 뿐이다. 그는 KEDO 경험에서 북한이 ‘절대, 절대, 절대 안 된다’고 했다가 다음달 돌연 동의한 것을 경험한 사람이다. 협상에서는 한 번 해보지 않고 무엇을 얻을지 알 수 없다. 해서 해볼 만한 거다. 보즈워스는 ‘내가 해보겠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해보기 전까지 내가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마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옳다고 본다. 파트타임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전적으로 언론이 만들어낸 추정일 뿐이다. 그는 엄청난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아무도 보즈워스가 학교(플레처스쿨) 일 때문에 중요한 협상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현 입장을 어떻게 보는가.

“달라진 게 있다면 정기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이나 미국 모두 꺼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식량 지원의 필요를 입증하고, 배분과정이 엄중하게 감시돼야 하며, 그 필요가 세계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 원칙을 허물고 북한의 회담 복귀 또는 회담에 남아 있는 걸 보상하기 위해 식량을 지원했다. 윤리적으로도 잘못된 정책이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굶주린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고 한 바 있다. 인도적 지원을 놓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미국 역시 배고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 정부의 ‘그랜드 바겐’을 어떻게 평가하나.

“비핵개방 3000은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북한에 대해 무조건 적대정책을 펼치지 않을 거라는 안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보수정당조차 대북포용을 시사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한국민의 대북인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하지만 그랜드 바겐은 방향이 잘못됐다. 그전에도 여러 번 나온 제안이지만, 대개 북한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했다.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북한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북한체제의 성격과 협상방식 때문이다. 북한은 그렇게 할 능력도 없다. 앞으로 나갈 유일한 방법은 목적지를 정하고 북한의 동의를 끌어낸 뒤, 체계적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다. 단계마다 그들 역시 가고자 하는 목적지인지를 확인시켜야 한다. 그리 그랜드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지만 그게 목표 달성의 기회를 잡을 외길이다.”

 


북한 로켓 발사 - 한.미 전문가 진단 / 미첼 리스 前 미국무부 정책기획국장

[경향신문]|2009-04-06|07면 |20판 |종합 |인터뷰 |1230자

 

"北 관심끌기 먹히지 않을 것"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메리 대학 국제학부 부학장(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사진)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6자회담 전망이 어두워졌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과거처럼 북한에 회담 복귀를 구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특별대표 물망에 올랐던 그는 “(로켓 발사에도) 북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의 제1 과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 북한의 관심 끌기 노림수가 먹히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고 보나.

“다목적 메시지인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 분노하고 있고, 일본은 (2·13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납치자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친애하는 지도자(김정일)’가 소문과 자신의 건재함을 보이려 한 것 같다.”
-6자회담은 다시 겉돌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6자회담은 지난해 여름 약간의 진전을 보았지만 매우 느리고, 좌절스러운 진전이었다. 북한이 돌아온다면 더 많은 진전을 볼 수도 있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정작 오바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로켓 발사를 계기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꿀 것으로 보나.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에는 국내, 국제적 금융위기가 더 중요하다.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상황도 좋지 않고 중동 평화협상도 걸려 있다. 북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오바마 팀의 제1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가.

“북한에 대해 6자회담 복귀를 구걸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위기를 고조시킬지 모른다. 과거 미국의 대응은 이성적이지 못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회담 복귀를 구걸하며 돌려줬다. 양자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핵실험 몇 주 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양자 만남을 가졌다. 결국 평양이 보기엔 도발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보상을 받았는데 왜 도발을 하지 않겠는가.”
-미국이 독자적으로 가할 제재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유엔 안보리 행동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행동을 예견하기는 어렵다. 다자적, 국제적 제재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이 일방적인 대북 행동을 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이론적으로 (국내, 국제법적) 제재 수단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쓰기 어렵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북 2차 핵실험 이후 / “미국은 北과의 대화문 열어놔야”
[경향신문]|2009-05-27|06면 |10판 |종합 |인터뷰 |1137자
“북한이 단순히 두 번째 핵실험을 한 사실보다는 그들이 왜 1차보다 훨씬 규모가 큰 실험을 했는지, 왜 탄도미사일을 함께 발사했는지 궁금하다. 두 가지 다 북한이 전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미첼 리스 미국 윌리엄 앤드 메어리 대학 국제학부 부학장(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25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종래의 협상 입지 강화 목적과 김정일 승계를 둘러싼 내부사정의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연구출장 중이라면서도 북핵문제 추이에 깊은 관심을 보인 그는 그러나 “북한의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 평양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실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 북한의 도발을 쫓아다니며 수습하는 국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미국이 6자회담 또는 북한이 원할 경우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회담 복귀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놔야 한다.”
-개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일 정권하에서는 북한의 핵능력을 제한하는 것만이 미국의 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의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제한·억제·불능화 계속 등의 조치를 취하는 대신 보상을 원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 북한에 보상을 준다면 의회를 포함해 어떠한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북한의 결정을 통제할 수 없지만, 우방국인 한·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한·일에 대해 여전히 핵우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지만 제재의 효과에 대해 광범위한 회의론이 있다.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 중·러는 이번에도 강한 톤의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한·미·일이 원하는 강한 제재를 채택하는 데는 반대할 것이다.”
-워싱턴 일각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고위급 대북특사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듣기는 했지만 소문이라고 생각한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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