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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선생-6.15 5주년

Interviewees

by gino's 2012. 2. 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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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생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이인호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북한의 인권실태를 비판한데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보편성과 특수성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는 게 백선생의 지론이다.

“北인권 정략적 압박은 주민생존권 위협”

백낙청 남측 6·15민족공동위 상임대표가 지난 15일 올 한해의 남북 민간교류 전반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백낙청 남측 6·15민족공동위 상임대표가 지난 15일 올 한해의 남북 민간교류 전반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과 해방 60돌이 겹친 올해는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그리고 남북은 함께 어우러져 파격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3월 금강산에서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준비위(공준위)’가 발족한 데 이어 6·15 기념행사를 평양에서, 8·15 기념행사를 서울에서 각각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평양 대동강변의 한 초대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행사차 방북한 남측 대표단의 전격적인 회동이 이뤄졌고, 8·15 북측 대표단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참배를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해외는 지난 9~10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공준위를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6·15민족공동위원회)’로 개칭, 민족통합을 위한 상설적 통일운동 연대기구로서의 성격을 뚜렷하게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백낙청 남측 6·15위원회 상임대표를 면담, 뜻깊은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남북 민간교류의 앞날을 내다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3월 남측 공준위 상임대표를 맡으시면서 분주한 한해를 보내셨습니다. 우선 공준위가 최근 6·15위원회로 재발족한 데 대한 의미를 짚어주시죠.

“한마디로 올해는 6·15 정신을 재확인하고 실천을 위한 기운을 제대로 모은 해라고 생각합니다. 공준위가 구성돼서 민간 공동행사를 했고, 거기에 당국이 참여하면서 당국간에 중요한 대화와 합의가 이뤄져서 뜻깊게 생각합니다. 위원회 명칭이 공동행사준비위여서 행사만 하는 위원회로 보일까봐 이번에 선양서 만났을 때 명칭을 바꾸기로 합의했습니다.”

▶‘南정부 배제’ 과거 이야기

-6·15 5주년을 보냈는데 성과도 있었지만 남북간 시각차가 엄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측은 민간교류를 통일전선 전략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측 정부를 배제하는 통일전선전략은 과거 이야기입니다. 6·15 이전 방침이죠. 6·15 때 이미 국군 최고사령관이 북측 의장대를 사열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만 봐도 남측 정부 배제 전략은 끝났습니다. 다만, 남북간 시각차는 분명히 있습니다. 북에서는 반미 입장 등 남측 정부보다 북측 입장에 우리가 동조해주기를 바랄 때가 많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때그때 주체적으로 판단해서 정부와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공준위는 1990년 결성된 범민련과 달리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남측 통일운동진영 내부의 통일 문제는 없었습니까.

“남측 내부에서 온갖 의견이 나오는 것이 문제지만, 우리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온갖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토론하고 결정하면 그게 힘이 됩니다. 전선적인 재야 통일운동을 해오신 분들이 ‘통일연대’ 중심으로 연합돼 있고, 김대중 정부 때 만든 민화협은 남남대화를 통해 통일사업을 합니다. 그 다음에 7대 종단이 참여하는데 종단은 대체로 통일운동에 보수적이지만 그래도 한발을 들여놓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몫입니다. 올해 남측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새로 가담한 측은 시민진영입니다. 통일운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던 환경단체와 민변, YMCA, 여성단체 등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연합세력이다 보니 하나의 조직으로 끌고 가기 힘들지만 의미있는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측은 지난 3월 공준위 출범 당시 막판 진통 끝에 재미 문동환 목사와 곽동의 한통련 고문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탄생했습니다. 해외는 여전히 남북 분단사의 주변부로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해외측은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지만 과거에 통일운동을 주도하던 분들이 서둘러 자기네들 중심으로 조직을 급조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남측이 문제삼아서 공동위원장을 모시는 것으로 일단 타협을 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앞으로 재미한인회나 일본민단 등으로 조직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과거에 통일에 반대한 분들도 있지만 6·15에 찬동한다면 다 들어와야 합니다.”

▶평화무드 ‘찬물’ 자제해야

-최근 서울에서 북한인권 대회가 있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일반성이 충돌하는 게 인권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권문제는 누가 주체가 돼서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이번 북한 인권대회를 보편성과 특수성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주동이 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오히려 북한 인권을 특수성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 가령 남측에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 관심을 보여준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또 미국이 이라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은 물론 심지어 자기나라 안에서도 인권유린이 전에 없이 커졌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인권을 들고 나오니까 북에서는 정권 전복을 위한 음모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 해석이 100% 정확하지는 않을지라도 최근 정세 흐름을 볼 때 핵문제가 지난번 6자회담에서 가닥이 잡히니까 인권문제, 위조지폐문제를 계속 들고 나와서 한반도의 평화기운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움직임의 일부로 볼 소지가 많습니다.

우리가 진짜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려면 북의 인권문제, 또 남쪽의 국가보안법 같은 인권문제, 또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인권유린 문제를 한번 좌우가 모여서 오순도순 얘기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북한 인권대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이인호 교수도 북의 인권문제는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 이전에 생존권의 문제가 제일 크다고 했던데, 그렇다면 지금 북쪽 주민의 생존권에 대해 가장 큰 위협을 주는 건 누군가, 이것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모든 책임이 미국에만 있다고는 안하지만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 또 여차하면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자세야말로 실질적으로 인민들의 생활개선에 큰 지장을 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권이라는 말이 너무 정치화돼 있어요.

그래서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을 지낸 메리 로빈슨 여사가 한국에 와서 강연하면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인간안보라면 그야말로 생존권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인권인데요. 북측 주민들의 인간안보를 증진시키는 최선의 방법이 뭘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편으로는 긴급구호가 필요할 때 해주는 것이고, 동시에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서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서 협의의 인권문제를 더 강력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인권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관심을 안 보인 국내외의 특정세력이 지금 평화와 화해협력 체제를 만들어가려는 한국 땅에 와서 북한인권만 들먹이는 이런 대회가 정말 도움이 되겠는가,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북핵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당사국간 갖기로 했지만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민간교류가 활성화돼서 그 효과가 다른 부문으로 옮겨지는 스필오버(spill over) 현상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6·15 공동선언에는 사실 평화체제가 빠져 있습니다. 일부에서 비판도 하지만 그때는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나 동북아 평화체제는 두 정상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미국이 반드시 껴야 하고 주변국가가 들어가야 하는데 5년간 핵위기를 포함한 온갖 위기를 겪고 드디어 그 원칙이 선언된 것이 올해입니다. 원칙선언에서 더 나아가 소위 로드맵을 만들고 실천해가려면 또 몇해 걸리겠지요.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긴 갈 것이라고 봅니다.”

▶내년엔 남쪽서 6·15행사

-내년에는 어떤 활동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아직 확실한 합의는 없지만 내년엔 남쪽에서 6·15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화해와 협력, 통일 기운을 더 확산시키는 게 1차적인 과제입니다. 저는 남북 통일과정에서 뭐니뭐니 해도 남측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통일운동이 통일사업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돌파하고 싸우는 운동이었다면 지금은 남북 당국 스스로가 공간을 상당 정도 열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국제적으로도 풀려가는 과정이니까 가급적 많은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민족대단결을 말로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정말로 민족의 다수가 참여하는 통일과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김진호·사진 이상훈기자〉

■백낙청 대표 약력

▲1938년=대구 출생

▲1960년=하버드대 석사 후 일시 귀국, 군복무 뒤 재 도미

▲1963년=서울대 영문과 전임강사

▲1966년=계간 ‘창작과 비평’ 창간, 편집인·발행인

▲1972년=하버드대서 D.H. 로렌스 연구로 문학박사

▲2005년=남측 6·15위원회 상임대표

▲문학평론가. 현 서울대 명예교수. 시민방송(RTV)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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