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발령을 받고 한달남짓 지났을 때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다. 한국 신문들은 논조에 따라 구미에 맞는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경향이 있다. 외교안보 기자와 씨름 선수는 균형감각이 생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서 각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두사람의 인터뷰를 함께 추진했다. 링컨은 아버지도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는 민주당이었지만 링컨은 공화당이라는 점이다. 한국도 종종 방문하는 지한파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종종 식사를 나누던 사이다. 특파원 부임 기념으로 Dupont Circle에 있는 Front Page레스토랑에서 워싱턴 지역의 특산물인 Crab cake를 사주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은 좀 사납게 나왔지만 만나보면 전직 고위 공무원이라기 보다는 의지할만한 형님같은 인상이다.美전문가 2人 “美 군사대응도 가능” “강공이 능사 아냐” 기사입력 2006-10-10 18:27 최종수정 2006-10-10 18:27
〈대담/김진호 워싱턴특파원〉 ▶블룸필드 前국무부 차관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핵실험은 북한의 이웃국가들은 물론 북한 자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북한에 새로운 선택방안을 열어주기는커녕 미래의 선택방안을 제한했다. 실체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있어야겠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오늘 성명에서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물질과 기술 등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미국이 (핵 이전에 대해)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발표한 많은 성명의 내용을 보면 명확하다. 특히 가장 심각한 위협은 테러단체가 핵물질을 획득했을 경우다.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북한의 핵 이전 시 과학계는 핵물질의 출처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이전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우선 예방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다. 대북 해상봉쇄는 각국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2~3년 전부터 여러 나라들이 (미국이 주도한) 대량살상무기확산저지구상(PSI)에 자발적으로 동참, 북한행 화물의 선적을 보다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핵 비확산, 특히 핵이 테러그룹에 전달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이나 전면전도 포함될 수 있나. “가능한 일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폭격은 물론 재래식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비롯해 테러 그룹의 지도자 80%를 살해·체포했다. 부시 대통령이나 해외 우방들이 많은 선택방안을 검토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주 강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다. 다른 나라 또는 그룹이 미국에 대해 (북한산) 핵을 사용한다면 말이다.” -북한은 안보리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밝혀왔다. “핵실험 시 안보리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전적으로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북한이 이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는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 1950, 60년대에는 핵 보유국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큰 이벤트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0년 전에 모두 핵프로그램을 포기했다. 러시아의 냉전시대 핵탄두는 미국 가정의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누구도 위협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의 핵무장론이나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인가. “동북아 안보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지적해 온 바다. 일본은 평화헌법 9조의 개정에 나설 것이며 중국도 핵무기고를 늘릴 것이다. 미국은 한·일의 핵개발 의도를 막기 위해 핵우산을 활용해왔다.” -핵실험이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는가. “별 상관이 없다고 본다. 안보리에서 오늘 우리는 세계가 단합됐음을 확인했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안보다. 지금도 어려운 북한 주민들은 정권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더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의 다음 조치는 아주 중요하다. 핵실험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중국과 한국은 어느 정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나. “전술적인 문제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이 계속해서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늘리면서 핵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웃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지 미국에 답해야 할 것이다. 목표는 같다. 어떤 전술과 어떤 결의, 어떤 제재냐는 것은 세부사항일 뿐이다. 전략적인 결정은 부정적인 미래가 도래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다. 안보리가 강력대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이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 ▶스트라우브 前국무부 한국과장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특별성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4년간 대북정책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본다. 외교에는 제재도 있지만 인센티브도 포함된다. 부시 대통령의 강압적인 대북 외교에는 인센티브가 별로 없었다. 공개적으로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정권을 싫어한다고도 말했다. 북핵 문제는 몇 달, 몇 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광범위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는 물론 다른 관련국들과 최대한의 공감대 하에서 새 정책을 세워야 한다. 북핵의 완전해결은 어렵겠지만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해결 전망이 전무하다. 그런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도 비효율적이거나 먹히지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 이전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명확하게 북한에 대해 금지선(red line)을 그었다. 미 행정부는 낮은 긴장상태(low profile)를 유지하고 있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나 기술, 물질, 장치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 가장 심각한 행동으로 간주할 것이다. 오늘 성명은 미국이 군사적 조치가 포함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합리화한 셈이다.” -미국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는가.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정권붕괴를 비롯한 북한의 불안정이 국익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며칠, 몇주간 6자 회담 관계국들은 깊은 우려를 공유할 것이다. 안보리에서는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지역 국가들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역작용이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폐연료봉 추출, 핵보유 선언, 미사일 시험발사, 핵실험 계획 발표 때마다 위협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번에 북핵 문제가 아주 다루기 힘든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동시에 명확한 해법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을 것이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경우 북한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는가. “불만을 표할 것이다. 하지만 ‘안보리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해온 것처럼 전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은 자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런 말을 했지만 일종의 허풍과 위협이었다. 안보리는 대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재만으론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인센티브 논의가 가능할 것인가. “당장 앞으로 몇 주 동안은 인센티브를 거론하는 데 정치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러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얼마간은 제재를 거론할 것이고 미국은 단계별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한·중 등 지역국가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협력을 중단할 것이다.” -한·미 관계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왔다. 핵실험이 차이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는가. “한·미 지도자들은 양국간 의견 차이를 메울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아직 한번도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 북한 문제는 한·미 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대북관계는 더욱 투명해야 하고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한·미관계는 최고 지도자 레벨에서조차 어려운 적이 많았다. 하지만 관계는 살아남았고, 양국은 반세기간 협력해왔다.” -북한의 핵실험이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 언론이 예상보다 크게 다루고 있지만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압도적인 주제는 이라크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틀렸다고 비난하지만 동시에 많은 미국인들은 북한이 ‘악’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옳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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