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2人 “美 군사대응도 가능” “강공이 능사 아냐”
기사입력 2006-10-10 18:27 최종수정 2006-10-10 18:27
〈대담/김진호 워싱턴특파원〉
▶블룸필드 前국무부 차관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핵실험은 북한의 이웃국가들은 물론 북한 자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북한에 새로운 선택방안을 열어주기는커녕 미래의 선택방안을 제한했다. 실체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있어야겠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오늘 성명에서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물질과 기술 등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미국이 (핵 이전에 대해)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발표한 많은 성명의 내용을 보면 명확하다. 특히 가장 심각한 위협은 테러단체가 핵물질을 획득했을 경우다.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북한의 핵 이전 시 과학계는 핵물질의 출처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이전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우선 예방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다. 대북 해상봉쇄는 각국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2~3년 전부터 여러 나라들이 (미국이 주도한) 대량살상무기확산저지구상(PSI)에 자발적으로 동참, 북한행 화물의 선적을 보다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핵 비확산, 특히 핵이 테러그룹에 전달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이나 전면전도 포함될 수 있나.
“가능한 일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폭격은 물론 재래식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비롯해 테러 그룹의 지도자 80%를 살해·체포했다. 부시 대통령이나 해외 우방들이 많은 선택방안을 검토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주 강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다. 다른 나라 또는 그룹이 미국에 대해 (북한산) 핵을 사용한다면 말이다.”
-북한은 안보리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밝혀왔다.
“핵실험 시 안보리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전적으로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북한이 이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는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 1950, 60년대에는 핵 보유국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큰 이벤트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0년 전에 모두 핵프로그램을 포기했다. 러시아의 냉전시대 핵탄두는 미국 가정의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누구도 위협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의 핵무장론이나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인가.
“동북아 안보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지적해 온 바다. 일본은 평화헌법 9조의 개정에 나설 것이며 중국도 핵무기고를 늘릴 것이다. 미국은 한·일의 핵개발 의도를 막기 위해 핵우산을 활용해왔다.”
-핵실험이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는가.
“별 상관이 없다고 본다. 안보리에서 오늘 우리는 세계가 단합됐음을 확인했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안보다. 지금도 어려운 북한 주민들은 정권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더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의 다음 조치는 아주 중요하다. 핵실험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중국과 한국은 어느 정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나.
“전술적인 문제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이 계속해서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늘리면서 핵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웃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지 미국에 답해야 할 것이다. 목표는 같다. 어떤 전술과 어떤 결의, 어떤 제재냐는 것은 세부사항일 뿐이다. 전략적인 결정은 부정적인 미래가 도래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다. 안보리가 강력대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이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
▶스트라우브 前국무부 한국과장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특별성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4년간 대북정책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본다. 외교에는 제재도 있지만 인센티브도 포함된다. 부시 대통령의 강압적인 대북 외교에는 인센티브가 별로 없었다. 공개적으로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정권을 싫어한다고도 말했다. 북핵 문제는 몇 달, 몇 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광범위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는 물론 다른 관련국들과 최대한의 공감대 하에서 새 정책을 세워야 한다. 북핵의 완전해결은 어렵겠지만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해결 전망이 전무하다. 그런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도 비효율적이거나 먹히지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 이전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명확하게 북한에 대해 금지선(red line)을 그었다. 미 행정부는 낮은 긴장상태(low profile)를 유지하고 있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나 기술, 물질, 장치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 가장 심각한 행동으로 간주할 것이다. 오늘 성명은 미국이 군사적 조치가 포함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합리화한 셈이다.”
-미국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는가.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정권붕괴를 비롯한 북한의 불안정이 국익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며칠, 몇주간 6자 회담 관계국들은 깊은 우려를 공유할 것이다. 안보리에서는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지역 국가들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역작용이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폐연료봉 추출, 핵보유 선언, 미사일 시험발사, 핵실험 계획 발표 때마다 위협 정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번에 북핵 문제가 아주 다루기 힘든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동시에 명확한 해법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을 것이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경우 북한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는가.
“불만을 표할 것이다. 하지만 ‘안보리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해온 것처럼 전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은 자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런 말을 했지만 일종의 허풍과 위협이었다. 안보리는 대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재만으론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인센티브 논의가 가능할 것인가.
“당장 앞으로 몇 주 동안은 인센티브를 거론하는 데 정치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그러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얼마간은 제재를 거론할 것이고 미국은 단계별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한·중 등 지역국가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협력을 중단할 것이다.”
-한·미 관계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왔다. 핵실험이 차이를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는가.
“한·미 지도자들은 양국간 의견 차이를 메울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아직 한번도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 북한 문제는 한·미 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대북관계는 더욱 투명해야 하고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한·미관계는 최고 지도자 레벨에서조차 어려운 적이 많았다. 하지만 관계는 살아남았고, 양국은 반세기간 협력해왔다.”
-북한의 핵실험이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 언론이 예상보다 크게 다루고 있지만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압도적인 주제는 이라크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틀렸다고 비난하지만 동시에 많은 미국인들은 북한이 ‘악’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옳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인터뷰 / 美 주류시각 대변 블룸필드 前국무부 차관보 |
[경향신문]|2006-07-29|02면 |45판 |종합 |인터뷰 |256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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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햇볕’이 사라진 한반도 상공에는 비구름이 장기체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는 28일 북한이 빠진 채 사상 초유의 10자회동이 열렸지만 북핵위기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추가제재’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때마침 한국을 찾은 링컨 블룸필드 워싱턴 스팀슨센터 의장을 이날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공화당과 미 주류사회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지난해 초까지 4년여 동안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를 지낸 그는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더 큰 위협을 가할 것”이라면서 미·북 양자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이후 긴박해진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제사회는 안보리 결의안을 계기로 공동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무런 통고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안보상황에 도움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결의안이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일종의 가이드라인과 경계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ARF에서의 6자회담은 결국 불발되고 북한이 빠진 10자회동이 열렸다. 이러한 다자적 접근이 북핵문제를 푸는 데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동북아의 안보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나라들은 정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모두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설령 북한이 (양자회담을 통해) 한 국가와 진전을 본다고 해도 나머지 5∼6개 지역국가는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에서처럼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일본은 과거 북한의 대포동과 노동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방정책을 조정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북한 미사일은 미.북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동북아 안보 방정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는가. "북한은 전략적인 사고 측면에서 여전히 20세기 국가이다. 핵무기는 그들에게 어떠한 안전보장이나 번영을 제공하지 않는다. 정권의 정당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북한이 '(북.미) 양자회담을 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터뜨리겠다'고 한다면 이는 공갈이며 테러리스트의 행동과 다름없다. 우리가 수그린다면 북한은 다음번엔 더 큰 위협을 하기 위해 핵무기를 2개 터뜨릴 수도 있다. 논리적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핵무기로 위협하는 나라에 의해 세계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좀 더 성숙하고 긍정적이며 건설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낫다. 바로 6자회담이 그런 것이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은 최근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과의 정상적인 무역거래일지라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관련계좌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인도주의단체들에 의하면 북한 주민은 굶주리고 있는데 지도층은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돈을 쓰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행동을 한 뒤 주민들에게 돈을 쓰고 있다고 말을 한다면 신뢰성이 떨어질 뿐이다." -남북협력이 북한의 WMD 개발을 막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보는가. "아직까지는 어떠한 것(정책)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다. 그 때문에 외교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다. 외교적 과정이란 모든 옵션(선택)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전략적인 해법을 찾는 거다. 북한이 받을 경제적, 정치적 이익도 포함될 수 있다. 통일에 대한 한국민들의 열망을 존중한다. 문제는 안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한반도) 안정을 흔들어 유엔 제재를 야기한다면 대북 포용정책 한가지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대북 포용정책이 다른 목적을 갖고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법을 존중토록 하지는 못했다." -미국측에서 '모든 옵션'을 거론할 때마다 한국 일각에서는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50년대 미국의 애치슨 라인이 북한의 남침을 유발시킨 것처럼 우리가 '어떠한 군사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위험한 국가는 오판할 수 있다. 1년쯤 전에 부시 대통령은 유럽 방문 길에 이란 핵문제와 관련, '미국은 이란을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뒤 곧이어 '모든 옵션이 탁자 위에 있다'고 말했다. 청중 일부는 두 개의 발언이 모순이라는 생각에서 웃었다. 하지만 모순이 아니다. 실제로 부시는 대이란 공격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특정 옵션을 탁자 위에서 치울 생각 역시 없다. 이 말을 오역해선 안 될 것이다." -미 행정부는 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 대한 북한의 방북초청을 거절했다고 보는가. "6자회담 바깥에서 만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 등 우방국들을 멀리하고 싶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도 참가해야 한다. 그들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안전과 인권, 전쟁과 평화에 대해 국제적인 책무를 갖고 있다." 글 김진호.사진 강윤중 기자jh@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