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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공짜는 없다, 방위비 더 내라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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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억지 셈법'은 변하지 않았다. 적성국과 동맹국을 헛갈리는 전복적 세계관도 그대로였다. 좌충우돌, 오락가락, 막무가내 쏟아내는 장광설도 여전했다. 30일 자 미 시사주간 타임과의 80분 인터뷰에서 여실히 확인된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한다면, 한반도와 세계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인터뷰 중 특히 주한미군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그가 토해낸 말들은 일일이 사실을 들춰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엉터리였다. 

트럼프 인터뷰가 실린 타임지 표지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엉뚱하게 SMA 문제를 꺼냈다. 그는 "한국이 우리를 적절히 대우했으면 한다. 알다시피 우리가 미군 4만 명을 위험한 상황에 배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사실상 아무것도 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지만, 군사비의 많은 부분을 우리가 본질적으로 무상으로 지급해 왔다"라면서 "(나의 요구에)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내겠다고 동의했지만, 내가 물러난 뒤 바이든 행정부와의 재협상을 통해 거의 아무것도 아닌 수준으로 아주 조금만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부자나라를 다른 나라가 공짜로 지켜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덧붙였다.

2만 8500명인 주한미군 숫자를 4만 명으로 말한 것은 차라리 작은 실수였다. 2019년 초 제11차 SMA 협상에서 트럼프는 한 해 8억 3000만 달러(1조 389억 원)이던 방위비를 최대 50억 달러(6조 9000억 원)로 인상할 것을 요구, 그의 임기 중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취임 뒤 협상 결과는 13.9% 인상(9억 2400만 달러·1조 1833억 원)에 더해 매년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을 반영키로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행정부 안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트럼프는 한 번 정한 액수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2017년 11월 7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당시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지 건설비용의 92%를 한국이 부담했다는 내용을 브리핑 받았을 게 분명하건만, SMA 협상에선 모른척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유욕 맨해튼의 형사법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두해 있다.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불과 회계부정 등에 관한 혐의를 두고 재판이 진행중이다. 2024.4.15. AP 연합뉴스

한국이 부담하겠다고 한 수십억 달러를 바이든 행정부가 날려버렸다는 주장은 '기승전·바이든 공격'으로 일관하는 선거유세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방위비분담금을 꺼낸 동문서답은 트럼프의 뇌리에서 주한미군의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이 한묶음임을 보여준다. 한미 SMA 협상은 5년마다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한다. 지난 4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2026년부터 적용할 제12차 SMA 협상이 일찌감치 시작됐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재협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내밀 청구액은 '5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만의 독창적인 생각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현실주의 정치학자 스티븐 월트는 2019년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갑자기 5배 올리라는 한미 동맹이 지속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물론이다.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제몫을 내고 제역할을 하는 게 동맹"이라고 말했다.

일단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없다고 치고, 무작정 우기는 게 트럼프식 '거래의 제1 법칙'이다. 사실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타임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비와 관련, "우리가 거의 100%를 지불했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국면에서부터 줄곧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기로 한 약속(2014년 웨일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보였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 7월 1일에는 실제로 주독 미군을 9500명 감축하는 안을 승인했었다. 3만 4500명을 2만 5000명으로 줄이는 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뒤 백지화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10일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재임 중 유럽의) 큰 나라 대통령이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라고 묻길래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었다고 말해 평지풍파를 일으켰었다.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2018년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혼자 팔짱을 끼고 앉아있고, 앙겔라 메리켈 독일 총리(가운데)를 비롯한 각국 정상이 선채로 대화하는 장면. 트럼프 시대 미국과 유럽의 불화를 상징하는 사진이다. 2018.6.8.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세계관에서는 동맹이나 평화,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보다 '돈'이 우선한다. 재선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 하루만에 끝내겠다"는 말도 대우크라 군사지원에 피로증이 심화하는 것과 맞물려 지지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우크라 전쟁 이후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국방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트럼프식 거래의 제1법칙에 따르면 의미가 없다.

신규 가입국 핀란드와 스웨덴을 포함해 나토 32개국의 국방예산은 작년 말 현재 2.6%로 웨일즈 가이드라인을 넘겼다. 그러나 나토 전체 국방예산의 3분의 2를 점유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여전히 평균 1.8%에 머문다. (독일 에콘폴 연구소) 트럼프가 청구서를 들이밀 대목이다.

평양이 주목할 한마디

대면·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에릭 코르텔사 기자는 타임에서 국내정치를 담당하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기자가 아니어서인지 한반도 관련 질문은 하나에 불과했다. 인터뷰 전문에는 평양에서도 관심을 기울이 대목이 있었다. 트럼프가 '한 사람(a man)'이라고 표현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우선 주한미군이 다소 위험한 자리에 있는 이유로 "(한국) 바로 옆의 한 사람이 환상(vision)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연히 나와 매우 잘 지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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