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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86

전쟁과 평화, 남북은 어디쯤 있을까 올 상반기까지 한반도 정세는 예측이 쉬워졌다. 향후 몇달간 벌어질 구체적 상황의 세밀화야 미리 알 방도가 없지만 그 방향성만은 뚜렷하게 읽힌다. 새해 첫 남북 간의 대화공세 역시 징조가 나쁘지는 않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 사이에서 맞았던 작년 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 서로 기싸움을 하는 형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북 태세를 보면 더욱 그렇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대남 중대제안을 통해 오는 30일부터 상호비방 및 중상 금지와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금지를 제안했다. 북한의 제안은 새로운 내용이지만, 조건은 오는 2월.. 2014. 1. 20.
왜 평양보다 서울이 더 요란한가 국가정보원이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처음 밝힌 지난 3일, 진위를 떠나 “왜 지금 발표할까”하는 의문부터 떠올랐다. 국정원 개혁 필요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던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정국 중 뒷방에서 댓글을 퍼나른 죄과 탓이다. 이후 북한이 장성택의 숙청을 결정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내용과 관련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실제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새벽에는 전날 열렸던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초췌한 모습의 장성택의 마지막 사진과 함께 그에 대한 처형 사실을 내보였다. 의혹과 경악, 충격의 끝은 섬뜩하리만큼 잔잔하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이후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 건설현장 등을 방문해 연일 파안대소를 흘리는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2013. 12. 16.
장성택 운명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 [김진호의 한반도 리서치]장성택 운명보다 ‘이후’가 중요하다 2013 12/17ㅣ주간경향 1055호 ㆍ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나서 추측 남발하지 말고 차분한 대책 세워야 연기가 자욱하다. 국가정보원이 돌연 공개한 ‘장성택 실각 가능성 농후’라는 소식이 삽시간에 국내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적어도 지난 주말까지는 국정원 개혁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문제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발표로 미세먼지가 자욱한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연막탄을 터뜨렸다. 북한발 뉴스는 적지않은 경우 국내외 언론의 실체 없는 추측게임이다. 이번엔 그 발화점이 개혁 수술대에 오른 국정원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색채를 진하게 띤다. 안보문제보다는 남북한의 국내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안개를 .. 2013. 12. 12.
조용한 베이징, 요란한 서울 얼핏 백화제방(百花齊放)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질서가 있었다. 56개 민족을 한 줄로 엮어 ‘국족(國族)’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굵직한 흐름이 감지됐다. 특히 60년이 지난 한반도 정전체제와 20년이 지난 북한 핵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오래된 설계도를 그대로 틀어쥐고 있었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서 받은 인상이다. 동아시아재단과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이 공동주최한 제1회 한·중 대화에 참석했다. 그 주변에서 중국 공산당 이론가들을 만났다. 학자임을 강조하지만 기실 시진핑 시대 대외정책에 적지 않은 입김을 행사하는 분들도 포함됐다. 중국의 한반도 입장은 잔잔한 연못 같았다. 수표면에 미세한 물결이 이는 듯했지만, 다시 살펴보면 그대.. 2013. 11. 18.
북·미 징검다리 역할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처음 마주앉은 것은 1991년 10월 말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였다.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던 와중에 북한의 제안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의제로 올랐다. 하지만 북한이 핵문제 회담 탁자에 초대하려 한 진짜 상대는 미국이었다. 남북 간의 ‘핵협상’이 두 달 뒤 한반도 비핵화 선언문 한 장을 달랑 내놓고 유야무야된 반면, 이듬해 1월 아널드 캔터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용순 조선노동당 국제비서 간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기 시작했다. 남북대화의 기능은 북·미 회담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였다. 1차 북핵 위기 국면에서 북·미가 제네바 합의에 이르도록 김영삼 정부는 철저하게 소외됐다. 그 시절 유행했던 문구가 통미봉남(通美封南)이었던.. 2013. 10. 15.
멈추지 않는 '북핵열차' [김진호의 한반도 리서치]멈추지 않는 ‘북핵열차’ 2013 10/08ㅣ주간경향 1045호 핵 활동이 새로 포착되고 각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면서 북한 핵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미 공조 명분으로 북핵 해결을 미국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한동안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북한 핵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 한국 등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국 정부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 이후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던 북한의 핵활동이 다시 포착된 데다, 각국의 전문가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새로운 분석 결과들은 북핵문제를 언제까지 방관하고 있을 계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북핵에 대한 .. 2013. 10. 3.
광명성 3호와 병충해 방제 다시 시작이다. 북한이 다음달 태양절을 전후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북한은 많은 경우 말에 이어 행동을 보였다. 이번에도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관련 국제기구에 발사시점으로 통보한 다음달 12~16일까지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지루한 외교적 노력을 벌여야 할 판이다. 청와대와 외교·통일·국방부 등에 포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한껏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행적만 복기(復棋)하더라도 지레 한숨부터 나온다.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처럼 예측가능한 나라도 드물다”는 말이 회자된다. 말에 이어 행동이 나오는 것을 여러 해 지켜보면서 체득한 .. 2013.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