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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읽기170

팬데믹 2막, 무엇이 중요한가 팬데믹(Pandemic).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COVID-19)를 지구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으로 선언하건 안 하건 중요치 않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까지 번져 이미 지구촌 차원의 재앙이 됐다. 각국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아직 ‘최악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2월 26일자 WHO 상황보고서 37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8만1109명의 감염환자가 확인돼 2761명이 사망했다. 이날자 상황보고서는 하루 동안 중국 밖에서 확진자가 459명 늘어 중국 내 확진자(412명) 수를 처음 넘어선 점을 특이사항으로 꼽았다. 바이러스 방역 대상이 ‘숙주 국가’ 중국에서 세계 각국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된 날인 것이다. 26.. 2020. 2. 29.
'박쥐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인간 바이러스' 하필 대학생 선생님들이 마련한 중학생 공부방은 보신탕집 이층이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에 기대어 놓은 야구방망이에 종종 피가 묻어 있었다. ‘개를 어떻게 도살할까’라는 의문이 치밀어 올랐다. 1970년대 중반 서울 아현시장 인근 한 이층 건물에서 목도한 장면이다. 그즈음만 해도 보신탕은 많은 한국인들이 즐기던 전통음식이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식문화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지만 우리가 지나온 내력이다. 갈수록 보신탕 전문점이 줄고 있다. 바뀐 식문화 때문만은 아니다. 잔인한 도살 방식과 비위생적 처리 탓에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위생의식이 낮은 것은 당시 음식점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초까지 서울의 선술집에서는 의자에 앉은 채 식당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술꾼들을.. 2020. 2. 1.
세계의 중국 공포(China Scare), 그 실체와 '굴절' 무기와 쟁기가 섞여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올해 세밑에도 세계의 ‘중국 고민’은 깊어간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창설 70주년을 맞아 마침내 새로운 ‘주적’을 지목했다.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상대하기 위해 결성된 대서양 동맹은 지난 4일 런던 선언에서 중국의 부상을 ‘기회’와 ‘도전’으로 규정하고 29개 회원국들이 함께 대처할 것을 다짐했다. 소련처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군비증강에 주목하면서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비롯한 군축체제에 들어올 것을 매우 완곡하게 권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의 부상은 1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제적 공생의 필요성을 먼저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향후 중국을 어떻게 합당한 군축체제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2019. 12. 16.
홍콩 시위가 일깨운, 매우 불편한 진실 1842년 청은 1년여에 걸친 아편전쟁 끝에 난징조약을 맺고 홍콩을 영국에 공식 할양했다. 마약교역을 둘러싼 영국과의 갈등 탓에 2차 아편전쟁이 벌어졌지만 청은 다시 패했다. 구룡반도와 스톤커터스 섬을 추가로 내줘야했다. 영국은 1898년 홍콩과 주변의 새영토(新界)를 중국으로부터 99년 동안 조차했다. 홍콩대학이 설립되고, 항만시설과 카이탁 공항 등 인프라가 들어섰다. 홍콩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광둥어와 함께 영어를 배웠다. 금융과 무역항만을 중심으로 홍콩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번영을 누렸다. 약속한 99년이 끝난 1997년 7월1일 홍콩은 중국에 귀속됐다. 중국은 그러나 영국과 영국이 대표하는 서구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영국과 합의하에 또다른 50년을 기한으로 홍콩기본법을 제정했다. 홍콩인에 의한 통.. 2019. 12. 2.
세계화 2막의 시작, ‘한방울의 물’이 나라를 흔든다. 칠레 산티아고서 홍콩까지... 10여개국 동시다발 시위, 어떻게 읽어야 하나 LA타임스에 따르면 칠레 시위는 한 중학생이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달 6일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요금을 30페소(50원)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이 학생은 소셜미디어(SNS)에 “티켓을 내지 않고 지하철 회전문을 뛰어오르자”는 제안을 했다. 지하철 공짜탑승 운동은 전국으로 번져 국가를 흔들었다. 100만명이 넘는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으며 7000여명이 체포됐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11월·12월에 각각 예정됐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25)가 취소됐다. 경제 피해는 14억달러.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던 야간 통.. 2019. 11. 18.
그레타 툰베리의 '찌푸린 표정'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햇볕 아래 가는 게 두렵다. 오존 구멍들 때문이다. 공기를 마시는 것도 두렵다. 어떤 화학물질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밴쿠버에서 낚시를 나가곤 했다. 몇 년 전 온통 암에 걸린 물고기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야기다. 동물과 식물이 매일매일 멸종되고 있다. 여러분도 내 나이에 이런 걸 걱정했었나요.” ■ 스즈키와 툰베리, 같은 주장·다른 표정 1992년 6월3일. 리우 지구정상회의장에서 12세 캐나다 소녀가 연단에 섰다. 이미 아홉 살 때 어린이환경기구(ECO)를 창립해 활동해온 세번 컬리스-스즈키였다. 또래 친구 3명과 함께 모금운동으로 경비를 마련해 리우까지 날아왔다. 회의장에 당당하게 ECO 부스를 마련했다. ‘어린 환경운동가’는 5분여 차분하고도 야무지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 2019. 10. 4.
엘리자베스 워런이 주목받는 까닭 조 바이든(76). 미국 민주당 주류가 내년 대선 후보로 점찍어 놓은 거물급 정치인이다. 나이 서른에 처음 연방상원에 진출했고, 마흔 중반이던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데뷔했다. 2008년 대선에선 후보로 나섰다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버락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서 8년 동안 부통령직을 수행했다. 바이든은 인간성이 묻어나는 배경과 털털한 성격으로 대중에게 편안함을 주는 정치인이다. 바이든은 노동자 가정 출신이다. 선친은 바이든이 태어날 무렵 사업 실패로 처가살이를 해야 했다. 바이든이 어린 시절엔 안정적인 직업이 없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자리 잡으면서 간신히 중산층에 복귀한 보통사람이었다. 바이든이 유독 노동자 친화적인 데에는 성장배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보통사.. 2019.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