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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91

북-러 접경 하산을 가다1. 한국 기다리는 러시아, 북한 기다리는 한국 “그냥 왔었다.” 지난 6일 오후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주(연해주)의 하산역. 역장을 대신해 나온 중년의 역무원 타티아나는 지난 4월24일 하산역에 내려 러시아 땅을 처음 밟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단 한마디 답변만 내놓았다. 다른 질문엔 입을 닫았다. 전용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하산역 앞에서 빵과 소금을 대접받았다.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군사지역 특유의 통제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에 오르면 두만강 건너 북한 땅이 보이련만, 역 관계자들은 역사에서 30여m 떨어진 선로 위 육교에 오르는 것만을 허용했다. 육교에선 두만강 위에 놓인 ‘조선-로씨야(북-러) 우정의 다리’의 난간 지붕만 시야에 들어왔을 뿐, 강을 볼 수 없었다. 다리 옆 조-로.. 2019. 6. 13.
대북 식량지원? 배고픈 아이들 놓고 정치하는 어른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A hungry child knows no politics).’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이 한마디는 인도적 지원, 특히 식량위기에 처한 나라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됐다. 또 하나의 황금률은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의 분리다. 레이건이 누구인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냉전의 정점에서 ‘악의 제국’이 후원하는 공산주의 독재자 멩기스투가 통치하던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결정하면서 위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레이건의 한마디에는 생략된 뒷문장이 있을 법하다. ‘배부른 어른은 정치를 너무 잘 안다(A fat grown-up knows too much politics)’가 아닐까 싶다. 지난 5월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2019. 5. 31.
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는 간이역일 뿐, '평화'의 종착역은 워싱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당도한 것은 19년 전이었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한 달 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2000년 7월19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약속을 받아냈다. 평화적 목적의 우주 발사체를 러시아가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 약속이었다. 푸틴의 방북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 지도자가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사건’이었다. 푸틴의 여로는 다소 의도적이었다. 러시아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나선 화려한 외출이었다. 장쩌민 주석과 베이징에서 러·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한 뒤 평양에 들렀다가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2019. 4. 26.
볼턴이 하노이에서 건넨 노란봉투는 과연 항복문서일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이틀간 베트남을 친선공식방문했다. 하노이/EPA연합뉴스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보름이 지났다. 어느 정도 먼지가 가라앉을 시간이 됐건만 이 경우엔 아닌 것 같다. 시야가 뿌옇다. ‘과연 하노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 쏠렸던 관심의 초점은 ‘과연 평양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을까’로 이동했다.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이미지’가 크게 보이는 것일까. 지난주부터 언론은 평안남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서해 미사일 발사장)과 평양 산음동 미사일 .. 2019. 3. 15.
베트남, 김일성의 길 김정은의 길 1958년 11월 말, 중국 베이징역에서 동아시아 분단국의 지도자가 열차에 올랐다. 김일성 주석의 첫 베트남 방문길이었다. 열차 편으로 베이징에서 우한을 지나 광저우에 도착한 뒤 저우언라이의 전용기로 하노이 땅을 처음 밟았다. 비행기로 중국 항저우, 상하이 등을 거쳐 귀국했다. ‘죽의 장막’이 두껍던 시절이다. 그다지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게다. 반면에 지난달 23일 오후 늦게 평양역을 출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시종일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길은 김 주석의 첫번째 여정과 사뭇 달랐다. 김 주석이 중국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경유했던 베이징과 광저우 등 대도시를 우회, 최단거리를 택했다. 평양~단둥~선양~톈진~스자좡~우한~창사~헝양~구이린~류저우~난닝 코스였다.. 2019. 3. 1.
북한의 미래, 베트남에서 온 편지 베트남에서 온 편지 지난 1월30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기념품점에 베트남 국기인 일성홍기 티셔츠와 함께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담긴 원형 사진이 걸려 있다. 2월들어 하노이가 북·미 정상횓마 장소로 발표된 뒤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가 기념품점마다 새로 들어섰다.“베트남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정한 것은 북한이 이미 하나의 승리를 거뒀음을 의미한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우호적인 땅에서 회담을 여는데 동의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미국이 희망했던 다낭이 아닌 하노이를 선택한 것 역시 북한에게는 또다른 승리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베트남은 개발모델이라는 점에서 미국에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지역과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절실한 베트남에도 좋은 선택이다. 결코 중단되지 않을 중국.. 2019. 2. 27.
북한은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베트남 전쟁 당시 나는 어린아이였다. 우리 모두는 매일 밤 TV에서 월터 크롱카이트가 이곳에서 벌어진 뉴스를 전했던 걸 기억한다. 우리 동네에서도 많은 가정의 아들과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과 베트남 역사에서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 내가 미국 국무장관으로 하노이를 찾게 될 것이라고는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북한과 베트남, 그리고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7월8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한 연설의 한 단락이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베트남을 처음 방문한 소회를 전하면서 1995년 수교 이후 미국과 베트남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가 됐음을 수치를 들어가며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 관계는 연설의 도입부에 불과했.. 2019.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