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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즈음, 한인 디아스포라를 생각한다 정확히 20년 전 가을날 저녁이었다. 멀리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찾아온 기자를 맞이한 김씨 집안 사람들의 얼굴에선 도무지 ‘한국’을 찾아볼 수 없었다. 농가의 조명이 밝지 않아서인지 살갑게 손 내미는 얼굴들이 더 흐릿하게 보였다. 백인의 얼굴도 있었고, 가무잡잡한 피부도 보였다. 한국인은커녕 황인종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비포장 외길과 녹슨 철로로 간신히 세상과 연결된 쿠바 동북단의 마나티항. 아바나에서 700㎞를 달려가 한인 후손 에스민다의 가족을 만난 자리였다. 그들의 입에서 엄마의 음식 이름이 나온 것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김치, 지지미, 콩장, 부침개….” 그 순간, 조금 더 넓은 개념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단일민족’ 중년남의 뇌리에 어렴풋하게 찾아들었다. 못난 왕과 탐욕스러운 고.. 2021. 9. 10.
아프간은 한국에 무엇이었나 지난 4월1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2층의 트리티룸에 들어섰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뜸 그곳이 2001년 10월7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군의 아프간 침공 사실을 발표한 자리임을 상기시켰다. 9·11테러로 2977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사실도 되새겼다. 회견 전 부시 전 대통령과 통화했음을 공개하면서 아프간에서 복무한 미국 청년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의견일치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바이든은 이 자리에서 올해 9·11테러 20주년 전까지 미군이 전원 아프간에서 떠날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개인적 소회를 감추지 않았다. 그만큼 9·11테러와 아프간 침공이 미국민들에게 주는 감상이 유별났기 때문일 게다. 자신이 부통령이 된 이후 지금까지 1.. 2021. 8. 26.
Remarks by President Biden on Afghanistan(210831, 0830, 0816, 0814, 0723, 0708, 0625, 0414) Remarks by President Biden on the End of the War in Afghanistan AUGUST 31, 2021/SPEECHES AND REMARKS, State Dining Room, 3:28 P.M. EDT~3:54 P.M. EDT THE PRESIDENT: Last night in Kabul, the United States ended 20 years of war in Afghanistan — the longest war in American history. We completed one of the biggest airlifts in history, with more than 120,000 people evacuated to safety. That number is .. 2021. 8. 17.
문재인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2021)-길이 보전하세? 8/15(일)?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길이 보전하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광복 76주년을 맞은 오늘, 마침내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에 도착합니다. 홍범도 장군은 역사적인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대한 독립군 사령관이었으며, 뒷날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습니다.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물심양면으로 협력해주신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고려인 동포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광복 직후인?1946년,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를 시작으로 오늘 홍범도 장군까지 애국지사 백마흔네 분의 유해가 고향산천으로 돌아왔습니다. 독립 영웅들을 조국으로 모시는 일을 국.. 2021. 8. 15.
남북한과 미국의 '대중(對中) 협력'이 지극히 미국적 발상인 까닭 우선 한·미가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한다. 평화협정과는 달리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일지언정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한·미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중 입장을 재정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경제지원은 신뢰 구축의 또 다른 수단인 동시에 북한 비핵화의 촉진제다. 미국은 북한의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무이자 국제펀드 조성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중 경제의존을 낮출 수 있다. 남북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러한 인프라 건설재원 마련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 흐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은 한국이 맡는다. 이 단계에서 한·미 동맹과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낮춰야 한다. 군사관계의 정상화다. 서해 충돌.. 2021. 8. 13.
도쿄 올림픽 랩소디(狂詩曲) “올림픽은 계속돼야 한다(The Games must go on)”고? 지난해 1월20일 요코하마에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80대 홍콩 노인이 닷새 만에 병원을 찾아갈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배가 홍콩에 정박한 뒤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병원을 찾았고, 2월1일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불행의 전조였다. 영국 선적 크루즈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거대한 배양접시가 됐다. 사흘 뒤 승객 10명이 확진을 받자 일본 영해에 있던 배는 요코하마항에 선상 격리됐다. 코로나19가 미증유의 대확산으로 급속하게 진행되던 시기였다. 3월16일까지 712명의 각국 승객들이 확진을 받자 일본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각국 정부가 나서 자국 승객을 본국으로 실어날랐다. 확진자 중 14명이 .. 2021. 8. 2.
쿠바가 '미국의 품'에 안길 거라고?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폭풍우가 사과를 나무에서 떨구면 사과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북미동맹에 올 수밖에 없다.” 존 퀸시 애덤스 제6대 미국 대통령(1825~1829)에게 쿠바는 ‘사과’와 같은 존재였다. 국무장관 시절 애덤스는 스페인 외교장관에게 이런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아이작 뉴턴이 중력을 설명하면서 예를 들었던 사과에 비유한 것이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50년 내 쿠바는 미국에 병합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은 그러나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제임스 녹스 포크 제11대 대통령(1845~1849)은 스페인으로부터 1억달러에 쿠바를 매입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스페인의 답은 “미국에 파느니 바다에 빠뜨리겠다”는 것이었다. 50만명 정도의 흑인노예를 확보할 수 있는 쿠바는 미국에도.. 2021.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