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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워싱턴리포트62

아프간, 10 - 2 = 20명 이상? 김진호 특파원 실망스러운 장고(長考)였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아프가니스탄 지원책의 결정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방재건팀(PRT)과 보호병력을 묶어 450명 안팎의 청년들을 보내기로 했다. 그 청년들의 운명은 그야말로 운명에 맡겨야 한다. 파병에 대한 찬·반을 떠나 20개월 동안이나 장고해야 했을 사안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처음 한국의 아프간 지원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찾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다. 미국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해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해가 다 가도록 목이 빠지게 기다려야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자발적 결정’에 감사를 표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미 .. 2009. 11. 2.
수상한 아프간 파병 논의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시 북쪽에는 미군 2개 연대가 배치돼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4월 증강한 2만1000명 가운데 5000명이 보강된 곳이다.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활동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인구 80만명으로 아프간 2대 도시인 칸다하르에는 단 1명의 미군도 없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현지발로 전한 아프간의 이상한 전선이다. 미국은 이미 아프간전쟁의 늪에 빠졌다. 미군이 시내에 주둔하지 못하는 건 이해못할 바가 아니다. 이슬람 저항세력이 주민들 속에 섞여 있는 상황에서 막연히 목숨을 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이 최근 증원을 요청했다는 4만명이 파병되더라도 한반도의 3배가 .. 2009. 10. 11.
조지 워싱턴 생가의 열쇠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워싱턴에서 포토맥강을 건너 남쪽으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마운트 버논’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다. 미국 혁명의 역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생가 현관의 왼쪽 벽에는 큼지막한 열쇠가 걸려 있다. 프랑스 대혁명 때 무너진 파리 바스티유 감옥의 서쪽 정문 열쇠로, 미국 혁명 전쟁에 참전했던 라파예트 장군이 워싱턴에게 선물한 것이다. 미국 사회를 지켜보면서 종종 떠올리게 되는 열쇠다. 열쇠 선물이 상징하듯 봉건 전제주의의 성채를 깬 프랑스 대혁명은 그보다 13년 전에 있었던 미국 혁명에 빚을 지고 있다. 18세기 말 미국은 분명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큰형이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프랑스가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미국 혁명이나 프랑스 대혁명이나 다같이 절대왕정에 대한 상공인.. 2009. 9. 20.
철조망에 갇힌 학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주 툴레 레이크 1만8789명, 애리조나주 포스턴 1만7814명, 콜로라도주 그라나다 7318명…. 미 워싱턴의 연방의회 의사당 북서쪽 루이지애나 거리에는 철조망에 갇힌 학의 조형물이 서 있다. 전쟁 중 하와이와 미 서해안에 거주하던 일본인 12만명을 10개의 수용소로 강제 이주시킨 데 대한 반성의 뜻이 담겨 있다. 미 육군 442연대에 자진입대한 일본인들을 기리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어 공식 명칭은 ‘2차 세계대전 일본계 미국인의 애국 기념물’이다. 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에 이 기념물이 눈에 들어온 것은 비단 이 날이 한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8월29일’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54년 집권이.. 2009. 8. 30.
반환점 돈 반기문총장 이미지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참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5년 임기의 중간을 넘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그간 활동을 되짚어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가 미국 언론의 잇단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포린폴리시가 지난달 말 “아무곳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이라고 혹평하더니,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4일자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라고 했다. 지도자다운 카리스마가 없다는 게 비판의 주 내용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지만 그렇다고 ‘연기’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나 싶다. 미국 언론이 사무총장을 흔든 게 처음은 아니되, 그때마다 기준이 달라져서다. 보스니아 내전과 르완다의 인종청소 등에서 미국의 소극적 역할을 못마땅해 했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세계의.. 2009. 7. 19.
북한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추는 탱고 북핵은 美·中이 추는 탱고/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냉전의 한복판에서 중국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다시 무대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북한 고삐죄기’라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서다. 이번에도 그의 화두는 중국이다. 미국은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하면 습관처럼 중국을 바라본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1차 핵실험 뒤 중국의 등을 떠밀어 회담 테이블을 마련한 데 만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섰다는 게 수십년 동안 거대한 체스판의 수를 읽어온 키신저의 인식이다. 키신저의 분석대로 중국에 북핵은 여전히 협상 자체가 아닌, 협상의 결과에 대한 우려로 남아 있다. 북핵 문제가 핵포기 및 북·미 관계정상화의 종래 구도대로 해피엔딩이 되었어도 중국으로선 기뻐할 이유가 적었다. 대북.. 2009. 6. 21.
북핵위기 속 한국은 안보전략 있나 김진호 특파원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고려를 하는 걸 무작정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안보상황에도 근시안적 꼼수를 둔다면 문제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권부 주변에서 장마철 폐수를 흘려버리듯 내뱉는 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본인들 스스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면서 우정 북한의 핵실험 뒤 가입을 발표하더니 “적이 1발 쏘면 3발 응사하라”는 식의 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정부와 달리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하는 건 자유다. 문제는 정부가 퍼뜨리는 대북 강경 분위기 탓에 정작 2차 핵실험의 엄중한 의미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군사·정보통들은 이상하리만큼 북한의 핵실험 결과.. 2009.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