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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워싱턴리포트62

‘숙제’ 싫어한 부시의 ‘말로’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따지고 보면 다음달 백악관 ‘8년 계약직’ 생활을 접는 조지 W 부시는 불행한 대통령이었다. 9·11테러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준비 안된 ‘전시 대통령’ 역할을 맡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3조달러의 전비(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이라크의 흙먼지 속에 날리는 일도 없었을 게다.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솔직하고 의리도 꽤 있는 것 같다. 부시의 ‘애견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는 그를 서부영화 에 출연했던 게리 쿠퍼와 비교한 적도 있다. 잘난 아버지를 둔 중압감에 젊음의 한 시절을 술과 방탕으로 지샜지만 신앙의 힘으로 방황을 끝냈다. 이달 초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패로 얼룩진 재임 8년을 돌아보는 그를 보면서 안쓰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 2008. 12. 14.
북한은 미파(美派)공작원이라도 보내라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경향신문]|2008-11-24|30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1404자 워싱턴은 지금 만원이다.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20일이지만 자국과 관련된 오바마 행정부의 생각의 일단이라도 귀동냥하기 위한 발길로 붐빈다. 한국에서도 지난주 연구기관(통일연구원·세종연구소·외교안보연구원), 국회의원(외통위 간사단·유엔총회 참석단·독도특위 등) 등이 태평양을 건넜다. 워싱턴 안팎 한국 식당에서는 우연히 마주쳐 서로 명함을 건네는 ‘서울 손님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일본은 훨씬 더 많은 민·관·의회 관계자들이 워싱턴 도심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대만, 중국도 마찬가지다. 예외는 북한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 안보를 확보하고, 살 길을 도모해야 하.. 2008. 11. 23.
오바마의 힘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숱한 감동을 자아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명연설도 역전을 거듭했던 민주당 경선 드라마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의 TV토론을 거치면서 김이 빠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오바마는 이제 어떠한 새로운 말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의 웅변의 힘은 이미 지난 9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역전됨으로써 실효를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바마 돌풍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역전의 노장 힐러리를 넘어뜨리고 허리케인으로 확산되는 것 같았지만 기실 미국의 절반을 감동시켰을 뿐이다. 바람의 선거, 바람의 정치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선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다. 오바마의 지지율은 좀체 50%를 크게 뛰어넘지 못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 2008. 11. 2.
미국 보수, ‘공포의 정치학’ 美공화당 ‘공포의 정치학’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한국에서 망원경으로 보던 것과 유세 현장에서 현미경으로 보는 미국 대선은 달랐다. 오바마가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케냐 태생의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의붓아버지를 둔 인종적 배경을 빼면 역대 민주당 후보들과 별반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관심을 끈 것은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세상’에 대한 집념을 더욱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공화당이다. 개인적으로 올 초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 현장을 취재하면서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은 지극히 평범한 40대 주부에게서 나왔다. 9월 초 세인트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만난 그는 당 대의원이었다. 존 매케인과 세라 페일린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대뜸 자신에게 자녀 4명이.. 2008. 10. 12.
부시 닮은 ‘리·만 형제’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처음에는 개인의 집 문제였지만 금융권의 돈 문제로 이어졌고 결국 나라가 흔들리게 됐다. 전세계를 패닉상태로 몰고 갔던 지난 주 월스트리트 발 금융위기의 전개과정이다. 미국인들이 집을 소유하는 방식은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구입 당시 집값의 일부분을 선금(다운 페이먼트)으로 내고 나머지 잔액은 20년, 30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상환한다. 매달 꼬박꼬박 모기지를 붓고 나머지로 생활을 꾸려간다. 빚을 모두 갚으면 파티를 열어 친지들이 보는 앞에서 모기지 서류들을 찢어버리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이었다. 그런 미국인들이 특히 2000년 이후 겁 없이 주택구입에 나섰던 이유는 뭘까. 물론 미국의 부동산 투기는 모두가 ‘부자아빠’의 꿈을 키워온 세계화의 단면이다. ‘하이 리.. 2008. 9. 21.
파리 소매치기, 워싱턴 권총강도 김진호 특파원 흑인 청년의 눈빛은 강렬했다. 혼다 시빅 승용차에서 내린 그는 권총을 꺼내 겨누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화창한 휴일 아침, 워싱턴 북서부의 집 앞에서 지난주 당한 일이다. 매일 총기사건이 발생한다는 워싱턴이지만, 밤 10시 넘어서도 젊은 여성들이 혼자 조깅을 즐길 만큼 치안이 안전한 주택가다. 다행히 지갑에 갖고 있던 80여달러의 현찰을 건네주고 상황이 종료됐지만 실제 상황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 세워놓았던 자동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과 친지의 노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불황이 심화되면서 워싱턴 일원에서는 요즘 총기를 동원한 강력 사건이 더욱 빈발하고 있다. 파리 오페라 지하철역에서 7호선 열차에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2m가 넘는 거구의 청년이 내게.. 2008. 8. 24.
캠프 데이비드에서 북·미 회담을 캠프 데이비드서 북·미 회담을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국가 지도자 간의 개인적인 사귐은 종종 냉혹한 국제정치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풀어야 할 게 많을수록 그렇다. 상호 불신이 깊어 새로운 영역으로 한 발 들여놓는 데 수 십 년이 걸릴 정도로 꼬인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곧 서울에서 재회할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를 말하는 건 아니다.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귐을 말한다. 이란과 쿠바는 물론 북한 지도자와도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의 ‘변화’를 북·미관계에 적용했을 때 꼭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워싱턴에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뜻밖에도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칼 포드다. 그는 2008년 5월 카네기 .. 2008. 8. 3.